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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아기엄마가 쓰는, 맞벌이를 권장하는 이유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아기엄마가 쓰는, 맞벌이를 권장하는 이유’ 라는 제목의 글 하나가 게시되며,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확인해보자.

ㅌㅆ카페에서 케이크 사갔다고 맘충소리 들었다는 글을 읽고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

이 글은 언제까지나 나의 사견이고, 
육아와 살림에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그 생활에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 

진짜로 개념없이 행동하는 맘충을 옹호하려는 글도 아니고 
순수하게 애엄마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쓰고 싶을 뿐임.



나는 3살 아이를 키우면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아기엄마임. 

아이 1년 키우면서 전업을 했고, 그 이후에는 복직하여 시터를 쓰면서 맞벌이 중임.


맞벌이 정말 힘듬. 인생에 퇴근이란게 없음.

회사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다시 육아로 출근. 그저 끝없는 출근 뿐임.

솔직히 시터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내가 버는 돈의 대부분이 시터비로 날라감.

겨우 100만원 남짓 건질까말까 임. 

하지만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역시 맞벌이를 할 것 같음.

왜냐? 



첫째, 

바로 이 나라의 애엄마에 대한 인식 때문임.

일이 힘든건 솔직히 버틸수 있음. 

그러나 사람들한테 내가 하는 일이 무시당하고 내가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은 버티기 힘듬.

그런데 이 나라는 그런 나라임. 애엄마라는 이유로 '보통 시민' 이하의 존재가 됨.

왜냐하면 엄마도 약자이고 애도 약자이기 때문에, 애를 데리고 있는 엄마란 거의 최약체임. 

약자만 보면 공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인성 빻은 인간들의 손쉬운 표적이 됨.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떠드는 사람은 많음. 

고딩도 떠들고 아줌마도 떠들고 아저씨들도 떠듬. 

그러나 애가 소리를 내면 애엄마는 무조건 맘충이라고 공격의 대상이 됨.

왜냐고? 고딩, 아줌마, 아저씨는 공격하기 힘든데 애엄마는 만만하기 때문임. 

나는 심지어 애가 유모차에서 자고 있었는데 스벅에 왔다고 맘충 소리 들은 적도 있음.

왜냐고? 그냥.

애엄마가 스X벅X에 왔다고 욕을 먹었음.

아직도 기억함. 화장 찐하게 한 고딩이었음.

내가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까 뭘 꼬라봐 맘충ㄴ 쎈척한다ㅋㅋㅋ 하고 지들끼리 쪼갰음.

나는 왜 서른 넘게 나이먹고 스벅에 갔다고 고삐리한테 욕을 먹어야 되나.

그전에는 단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신기하게 유모차 끌고 스벅에 가니 그런일이 생겼음.


아마 그 ㅌㅆ카페 글의 남자도 마찬가지 일꺼임.

떠드는 사람이 아저씨거나 아줌마 무리였으면 찍소리도 안했을것이 100%임.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애 데리고 있는 엄마'가 눈에 띄였기 때문에 공격한 것 뿐임. 


사람들은 어디에나 그런 미X놈들은 있는데 그런걸로 피해의식 갖지 말라고 할꺼임.

그런데 문제는,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소수의 미X놈들이 

일반 사람들은 공격하지 않고 애엄마들은 표적삼아 공격한다는 점임.

둘째,

그리고 내가 볼땐 사회 통념 적으로도 애엄마들에게 지나친 자기검열을 요구함. 

며칠전에 식당 주인이 '애엄마가 소름끼치게 싫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내용 중에 애엄마가 식당에 아기의자 있는지 묻는것도 혐오스럽다는 글이 있었음.

??아니 식당에 아기의자 있는지 묻는것이 왜 혐오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음.

그럼, 다른사람이 브레이크타임 있는지, 좌식 자리 있는지 묻는 것은 괜찮고 

애엄마가 아기의자 있는지 묻는것은 혐오스러움?

나는 식구들과 식당에 갈때는 미리 전화해서 아기의자 있는지 알아보고, 아기 먹일것을 다 싸들고 가서 외식을 함.

바닥에 흘린것도 다 닦고 감.  

나름 신경을 써서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그냥 묻는것도 혐오스럽고 치가 떨린다니 더이상 뭘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음. 


아줌마들이 줄임말 쓰는 것은 시시때때로 꼴뵈기 싫다는 글이 올라오니 다들 아실테고.

줄임말 쓰는것으로는 여태껏 어느 시대보다도 더 앞서가는 젊은 분들이 

아줌마들 줄임말 쓰는 것은 꼴불견이라 생각하는 것이 좀 웃김.

솔직히 말하자면

'돈도 못벌고 애나 보는 만만한 아줌마'들이 자기들끼리 오글오글 모여서 

하찮고 별거 아닌 애들 일상이나 주고받으면서 지들끼리 은어를 만들어 쓰는 것이 

우습고 갖잖아 보인다, 그러니 시비걸고 싶다, 이거지. 아닌가?



이건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인데

내가 일하는 직장건물 지하1층에 죽집이 있음. 

그런데 죽은 1인분을 다 먹기에는 양이 많은 경우가 있잖음? 

그래서 일하다가 죽 시킬때 반으로 나눠달라고 하면 반으로 나눠서 반만 먹고 반은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포장을 해 주었음. 
(본X 같은데서 시켜본 적 많으신 분들은 아실 것임.)


그런데 내가 아기를 데리고 그 죽집에 간 적이 있음. 

나는 내 메뉴를 하나 시켰고, 아기는 죽을 다 먹기 힘드니까 반을 나눠달라고 했음.

그런데 알바생이 똥씹은 얼굴이 되더니, 죽 반으로 나눠줄 수 없다고 하는거임.

?????? 

내가 어이가 없어서 여태까지는 반으로 나눠주셨는데 왜 갑자기 안되냐고 물어보니까 

아네네~~ 해드릴께요~~~ 하더니 

주방에 들어가면서 아 맘충... 이러면서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하는 직장인인 나'는 죽을 반 나눠먹을 권리가 있고, '애엄마인 나'는 똑같은 요구를 하면 맘충인것임. 

애나 보는 계집 주제에 주는데로 처먹을 것이지 종알종알 토단다 이거임. 

머리끝까지 빡쳐서 주문 다 취소하고 

나 여기 몇층 어디 직원인데 무슨 소리냐고 매니저한테 직접 물어보겠다고 부르라고 했음. 

주방에서 땀 뻘뻘흘리며 달려나온 아주머니 얼굴 봐서 더이상 클레임 안 걸고 넘어가긴 했는데 
 
그뒤로는 배아프고 죽 땡겨도 거기서 안 시켜먹음.

셋째, 

이렇게 지속적으로 미X놈들에게 인신공격을 당하다 보면 몇년 후에는 자존감이 떨어짐.

만약 자신의 커리어를 갖고 경제력을 갖고 있으면 자존감을 지키기 수월함.

왜냐하면 적어도 일을 하고 있을때는 아무도 그저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퍼붓지 않기때문.

일을 못한다고 까이고, 상사가 인성쓰레기라 까이고, 줄 잘못탔다고 까이긴 하지만

그냥 오만 인간들이 나라는 인간 자체가 너무 만만해서 툭툭 재미삼아 건드리고 다니지는 않음.

그리고 직장에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으면 나름대로 자신감도 붙고, 직장동료도 생기기 마련임.

가정과 아기 외에도 내가 머물수 있는 세계가 하나 더 있는 것 만으로도 

자신감이 붙고, 시덥잖은 인쓰들이 시비를 걸때 상처받지 않고 넘길 수 있음.




넷째,

남편과 아기 외에 소통할 공간이 확보됨.

전업으로 아기만 키우는 아줌마들은 주변의 끊임없는 태클과 공격에 지쳐서 

아기 엄마들끼리만 똘똘 뭉치는 경향이 있음.

조동(조리원 동기)모임, 얼집(어린이집)모임 등등 일명 '맘'들의 모임인데, 

솔직히 아기보는 사람들은 이런 모임을 통해서라도 숨통을 트고 소통을 해야 우울증이 안 온다고 생각은 함.

하지만 몇년 동안 아줌마들 끼리만 소통하면 어쩔 수 없이 사회와 괴리가 조금 생김.


이 괴리가 나쁜 쪽으로 심해지면 '애엄마는 힘드니까 당연히 배려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진상 모임으로 발전하기도 함.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진상 짓을 합리화함.

그리고 정말 안타깝게도,
이런 애엄마들은 자기들끼리만 뭉쳐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비난받는줄도 잘 모름.


이런 나쁜 쪽의 케이스를 배제하더라도

애엄마들의 관심사는 주로 아기의 일상,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 아기의 건강과 발달상황 등등 인데 

이런 것들이 물론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긴 한데..

한국 사회에서는 별거 아닌 걸로 취급받음.

자신이 직장과 일에 대해서 빠삭하게 꿰고 있는 직장인은 매우 유능하고 
자기 아이의 일과에 대해 빠삭하게 꿰고 있는 애엄마는 그냥 노는 여자임. 

그리고 엄마들끼리의 모임을 유지하면 할수록,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와 소식에 점점 둔해짐. 

아이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도태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이 사회는 도태된 인간 취급을 함. 
진상 애엄마가 되지 않더라도, 약간 사회흐름에 도태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임. 


그러나 직장에서 일을 하면, 직장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강제로
사회적인 이슈를 어느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음.



그리고 이건 돌 전후의 영아를 키우는 집 이야기인데,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랑만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들간의 대화가 그리워지기도 하는데

직장에서 매일 부대끼다 보면 적어도 그런 외로움은 사라짐.


본인의 멘탈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 

직장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면이 있음. 




나는 이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음.

아기 엄마가 행복하게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함.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주변의 참견과 오지랖은 너무 심하고, 특히 만만한 상대에 대한 검열은 더욱 더 심함.

애엄마는 약자인데다가 돈도 못번다는 이유로 하대받는 사회임.


여기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무시해도 좋음.

예를 들어 돈이 너무 많아서 시터 쓰면서 전업한다던가....

직장을 다니던 말던 아무도 무시 못할 정도의 재력이나 권력을 가졌다던가....

아니면 본인의 자존감이 무척 강해서 주변의 멍멍이들이 아무리 멍멍짖어도 끄떡없는 강철멘탈이라던가....


그러나 나는 안타깝게도 셋 다 아님. 그냥 평범한 사람임.

일 년간 애를 키우는 동안 

육아 자체는 무척이나 기쁘고 보람된 일이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음.

다행히 복직이 되는 직종이라 일을 하고 있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함.